신화는 끝났다. 근대적 핵가족 형태가 혼인과 출산으로 구성되었던 것을 미루어본다면, 지금 기존의 가족 개념 은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 신화화된 이성애적 가족의 구성이 성 역할을 고정시켰기 때문이다. 화목한 가족에 대한 환상이 가정폭력을 묵살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복지 책임이 가족 구성원에게 전가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가족 구성원을 위해 희생하며 살기 싫어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커플로서의 부모의 모습이 들통 났기 때문이다. 집이라는 공동생활구역 마련에 지불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주언, 루시앙 방플레의 2인전 «너의 이름을 지은 이들의 이름»은 허구적 가족 신화를 존속시켜왔던 복합적 메커니즘을 풀어헤쳐 보고, 현대의 가족 개념의 확장과 또 다른 환대 공동체의 모습을 상상한다. 두 작가는 개인이 경험한 가족 서사를 들여다보며 정서적, 민족적, 사회경제적 층위에서 가족의 문제에 접근한다. 그리고 스위스의 배우자에 의한 자녀 납치 문제를 두 개의 텍스트에 다르게 서술하거나 한국의 여성의 돌봄 노동의 장 면과 의미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등 작가가 처한 사회적 차원의 논의를 다각화하기도 한다. 가족에 관 련된 이미지 또는 텍스트의 우연적 조합과 생성은 기존 가족 담론에 의문을 품게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 운 공동체의 형상을 언뜻 엿보게 하기도 한다.
언어와 글을 중시하며 작업하는 공통점을 지닌 두 작가의 영상, 조각, 패브릭, 혼합 매체 작품들은 유동적으로 서로를 연결하거나 질문하고, 풍부한 픽션을 만들어 낸다. 이로써 핵가족 모델과 새로운 환대 공동체에 대한 담론을 전시장의 공중에 확산시킨다. 전시장이라는 공간을 공유하며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작가, 또는 다 른 관객들과 무언의 연결감과 눈에 보이지 않는 공동체를 형성하기를 기대한다. (글 : 우주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