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섬을 향한 이중적 태도의 끝은 관광개발을 명분으로 제주의 토착문화를 신비화했던, 그것을 실존하는 섬이 아닌 하나의 신화적 상징으로 여겼던, 그리고 이데올기적 프레임을 씌워 도민들을 탄압했던 무수한 오해와 비극의 역사적 순간들로 향한다.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과거의 사건들을 복기하는 것은 제주가 겪어 온 타자화의 흐름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육지가 이룩한 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소인 동시에 육지성이 결여된 지역으로 상상되었던 제주. 그리고 이 모든 조작의 기저에 자리한 근대의 욕망. 그것은 당시에서 멈추지 않고 동시대로까지 흘러들어와 섬의 응시를 거두어 간다. 외부의 시선이 내부의 시선을 압도해 버리는 이때, 섬은 침묵을 강요당한다. 이는 육지가 아닌 섬, 면이 아닌 점의 운명이다. 다만 점은 이따금 운명에 거부하듯 희미하게 깜박거리며 신호를 보낸다. 《가상의 점》 의 작가들은 이 어긋난 신호를 포착하고 그것이 임시로 발화될 수 있는 토대로서 각자의 작업을 선보인다.
(서문에서 발췌. 글 : 임현영 독립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