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우주언, 김샨탈의 전시 《오해·오역·오독의 시》는 온전히 소리 내지 못한 묵음의 자리를
드러내며 완역 혹은 오역의 (불)가능성, 소통-불능이 왜곡이 아닌 진실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을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떤 기호로도 표시되지 않은 기억의 잔여는 때론 추임새로 나타나며
발화하기 전의 공백, 더듬거리며 말-하기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설명하려 할수록 전달되지
않거나 정확하게 말을 하려고 노력할수록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언어가 특정한
기호로 전달할 수 없는 특유의 뉘앙스를 품고 있다는 점이고 진실은 질서와 위계, 허구와 일종의
모종 관계를 이뤄 서사를 구축한다는 것입니다. 세 작가는 언어의 기능적 한계를 짚어내며
드로잉, 설치, 영상, 웹 사이트와 사운드 등 혼합 매체로 언어의 시각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번역 불가능성에 따른 언어적 실패는 왜곡, 생략, 소멸을 유도하며 기억의 망각은 근원에 가까운 목소리를 불러옵니다.